이번엔 한국에 없는 해외 서비스 리뷰 & 벤치마킹 주제 중에서도 네덜란드 ‘무인 자전거 공유정류장’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네덜란드의 특별한 자전거 문화, 그 중심에 선 ‘무인 자전거 공유정류장’
네덜란드는 ‘자전거 천국’이라 불릴 정도로 자전거 인프라가 잘 갖춰진 나라입니다. 도시 곳곳에 자전거 전용 도로가 있고,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더 편리하게 느껴질 정도로 자전거 이용이 활성화돼 있습니다. 실제로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에서는 인구보다 자전거 수가 더 많다고 할 정도죠.
이런 자전거 중심의 도시 문화는 단순히 이동 수단을 넘어서 삶의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학교, 직장, 마트, 친구 집 갈 때도 자전거는 기본입니다. 덕분에 건강과 환경에도 좋고, 교통 체증도 줄일 수 있어 도시 전체가 훨씬 쾌적해졌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자전거를 많이 타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기는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자전거를 어디에, 어떻게 보관하느냐입니다. 아무 데나 세워두면 도난당하기 쉽고, 도시 미관도 해치기 쉽습니다. 또 자전거가 늘어나면서 정류장과 주차 공간이 부족해지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네덜란드는 새로운 방식의 자전거 보관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바로 ‘무인 자전거 공유정류장’입니다. 이름 그대로, 이 정류장은 사람이 상주하지 않고, 기계와 앱을 통해 스스로 운영되는 시스템입니다. 시간에 상관없이 언제든지 자전거를 맡기거나 빌릴 수 있고, 개인 자전거도 등록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이 무인 정류장은 보통 지하철역이나 대학교 주변, 중심가 건물 인근에 설치돼 있습니다. 건물처럼 생긴 이 정류장 안에는 자전거를 세울 수 있는 공간들이 줄지어 있고, 입구에는 자동문과 보안장치가 있습니다. 이용자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문을 열고, 자전거를 지정된 자리에 세우면 자동으로 등록이 됩니다.
이 시스템은 전기 자전거도 사용할 수 있도록 충전 시설을 갖춘 곳도 많습니다. 즉, 단순한 자전거 보관소가 아니라, 보관과 충전, 대여, 공유 기능까지 있는 ‘스마트 정류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인 자전거 정류장이 인기 있는 이유
이런 무인 자전거 정류장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24시간 언제든지 이용 가능
가장 큰 장점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자전거 대여소나 관리 사무소는 운영 시간이 정해져 있어 불편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무인 정류장은 24시간 언제든지 열려 있으니, 이른 아침에도, 늦은 밤에도 문제없이 자전거를 맡기거나 꺼낼 수 있습니다.
특히 교대 근무를 하는 사람이나 밤에 이동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유용한 시스템이죠.
- 도난 걱정 없는 보안 시스템
자전거를 도난당한 경험이 있는 분들은 이 부분에 큰 매력을 느낍니다. 무인 정류장에는 CCTV가 작동하고, 앱으로 이용자의 출입기록과 자전거 상태가 기록됩니다. 정류장 안에 있는 자전거는 주인이 등록해놓은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가져갈 수 없습니다.
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은 해당 자전거의 등록자뿐이기 때문에, 아무나 들어가서 훔쳐 갈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 나눠 쓰는 자전거, 공유 시스템
무인 정류장은 단순한 보관소가 아닙니다. 자전거를 다른 사람과 나눠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유 시스템’도 함께 운영됩니다. 예를 들어, 내가 평일에는 자전거를 잘 쓰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소정의 대여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용자는 앱으로 대여 가능한 자전거를 확인하고, 사용 예약을 할 수 있습니다. 주인은 자전거가 언제 대여됐는지, 어디로 반납됐는지도 확인할 수 있어 관리가 어렵지 않습니다.
이런 공유 시스템은 자전거가 놀고 있는 시간을 줄이고, 자원도 아낄 수 있어 매우 효율적입니다.
- 공간 활용에 효과적
네덜란드는 인구 밀집도가 높은 도시가 많아 자전거 주차 공간이 부족한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무인 정류장은 공간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일부 정류장은 지하에 설치돼 있고, 어떤 곳은 건물 외벽이나 놀이터 지하 공간을 활용해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도시 속 숨은 공간을 활용하면 자전거 정류장을 더 많이 만들 수 있고, 도시의 미관도 해치지 않게 됩니다.
- 환경과 건강을 위한 지속 가능한 시스템
자전거를 타면 자동차 사용이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매연과 교통 체증도 줄어듭니다. 무인 자전거 정류장이 늘어나면 사람들이 자전거를 더 자주 타게 되고, 도시 전체가 건강하고 친환경적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전거 이용은 개인 건강에도 좋습니다. 운동 효과가 있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을 줍니다. 이런 점에서 무인 자전거 정류장은 단순한 인프라가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한국 도입 가능성,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그렇다면 이런 시스템을 한국에도 도입할 수 있을까요? 대답은 ‘충분히 가능하다’입니다. 이미 한국에는 따릉이, 일레클 등 공공 자전거 서비스가 활성화돼 있고, 자전거 타는 사람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자전거 도난, 보관 공간 부족, 관리의 어려움 같은 문제는 그대로입니다. 이런 점에서 네덜란드의 무인 정류장 시스템은 한국에 딱 맞는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아래와 같은 장소에서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 대학 캠퍼스: 학생들이 자전거를 많이 사용하는데, 보관이 어렵고 도난 걱정이 큽니다. 무인 정류장을 설치하면 해결될 수 있습니다.
- 지하철역 주변: 대중교통과 자전거를 연결해주는 허브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 아파트 단지: 입주민들이 자전거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공유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만족도가 높아질 것입니다.
- 대형 쇼핑몰/마트: 자전거를 타고 오는 고객이 많아지면, 고객 유치에도 도움이 됩니다.
또한, 지자체와 민간 기업이 협력해서 초기 설치 비용을 나누고, 운영은 앱 기반으로 자동화하면 관리비도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여료 일부는 자전거 주인에게 돌아가고, 일부는 정류장 유지 관리에 쓰는 식의 수익 모델도 충분히 가능하죠.
물론, 모든 지역에 무작정 설치하기보다는 시범 지역을 선정해 운영해보고, 반응을 보며 확대해 나가는 방식이 현실적일 것입니다. 서울이나 부산처럼 대중교통이 발달하고 자전거 이용률이 높은 도시부터 시작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치며 – 자전거 한 대가 도시를 바꾼다
네덜란드의 무인 자전거 공유정류장은 단순한 이동 수단을 위한 인프라를 넘어서, 도시의 구조와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운영되고, 자전거를 나누어 쓰고,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이런 시스템은 앞으로 더 많은 도시에서 필요해질 것입니다.
한국도 자전거 이용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보관과 공유 시스템에도 한 걸음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도로만 늘리는 것보다, 이렇게 사용자의 경험을 개선하고, 불편함을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자전거 한 대가 도로를 줄이고, 공기를 맑게 하고, 사람들의 마음까지 건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시작은 ‘자전거를 어디에, 어떻게 보관할까’라는 작은 고민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 도시 곳곳에도 이런 무인 자전거 정류장이 생기기를 기대해봅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자전거를 타고, 걱정 없이 보관하고, 필요할 땐 나누어 쓰는, 그런 스마트한 도시가 머지않아 현실이 될지도 모릅니다.